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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CASE · PROSECUTION ERROR

이슈 판례 <4>
검찰의 과오 |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

불법구금과 강압으로 시작된 자백이 검찰 단계에서도 끊기지 않았을 때, 그 조서는 과연 증거가 될 수 있을까.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 재심 판결은 이 질문을 오래된 기록 위에 다시 올려놓았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법원 판결 요지를 바탕으로 독자가 장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글입니다. 구체적인 대화, 표정, 공간 묘사는 판례의 핵심 사실을 해치지 않는 범위의 설명적 묘사이며 실제 기록의 문언 그대로가 아닙니다.

1. 종이 한 장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순간

간첩 사건의 기록을 읽다 보면 가장 무서운 장면은 총성이나 추격전이 아닙니다. 조용한 책상, 서류철, 피의자신문조서, 그리고 그 아래에 적힌 서명입니다. 누군가는 그 서명을 보고 “스스로 인정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심 법원이 다시 들여다본 것은 바로 그 서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입니다.

판결 요지에 따르면 피고인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장기간 불법구금, 고문, 폭행, 협박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더 중요한 대목은 그 상태가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끊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검사실은 원래 이전 단계의 강압을 끊어내야 하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강박 상태가 계속되었으므로 검사 앞의 자백 역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진술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2. 검사 앞에서 말했으니 괜찮다는 생각

수사기록은 겉으로는 차갑습니다. “진술하였다.” “인정하였다.” “자술서를 작성하였다.” 이런 문장들은 사람의 떨림을 지웁니다. 그러나 조서가 만들어진 방 안의 공기까지 지울 수는 없습니다. 이미 불법구금과 폭행, 협박으로 무너진 사람이 검사실에 들어섰을 때, 그는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이미 수사기관이 원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 판례는 검찰의 과오를 보여줍니다. 과오는 단순히 누군가를 직접 때렸다는 뜻만이 아닙니다. 이전 단계의 강압이 남긴 공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그 위에 조서를 쌓고, 그 조서를 다시 법정의 증거로 밀어 넣는 것 역시 과오가 될 수 있습니다. 형식은 검찰 조사였지만, 실질은 계속된 두려움의 연장이었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3. 재심 법정에서 다시 읽힌 기록

수십 년 뒤 재심 법정에서 기록은 다른 의미로 읽혔습니다. 예전에는 유죄를 설명하는 문서였던 피의자신문조서와 자술서가, 이제는 임의성 없는 진술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법원은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검사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자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증거들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장면을 떠올리면,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무죄 선고의 기쁨보다 그 무죄가 너무 늦게 왔다는 사실입니다. 법정의 문장은 짧습니다. 그러나 그 문장 뒤에는 한 사람이 감당한 시간, 가족이 버틴 세월, 그리고 국가기관이 놓친 책임이 놓여 있습니다. 검찰 단계는 단순한 통과 절차가 아닙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수사의 폭주를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판례 포인트검사 앞에서 작성된 조서라도, 이전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고문·협박으로 인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었다면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출처

서울고등법원 주요판결: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 재심 판결국가법령정보센터 관련 판례: 피의자신문조서 임의성